일상 소사

나는 행복한 사람. (2003.12.3)

靑雲 2011. 10. 25. 15:00

오늘 문득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이 생각이 오늘 노래방(병찬이, 인수, 찬종이랑 한잔하고 노래방 같이 갔거든)
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을 불러서가 아니라, 한가한 시간에,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순간에도 문득 문득 드니 말이다.
사람의 꿈과 욕망은 정말로 끝이 없어서, 적당히 만족치 않으면 그 끝은 허공에 뜬
뜬구름과 같고, 쫓고 또 쫓아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와 같다는 생각.
그래서 ‘적당히 만족한 삶’이, ‘만족하다고 느끼는 삶’이 최고라고 생각하다면 나의 꿈이 너무 작은 건가?
꿈은 컸지만 그 꿈만큼 극도로 어려웠던 시절을 겪고, 버티고, 벗어나려 노력해,
이젠 살만해, 예전의 꿈을 버리고 얻은 우물 안의 만족인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건 행복한 거겠지. 그건 내 맘이니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어려울 때 만났지만, 나를 이해하고 지금까지 나를 믿고 살아준 마눌이 있고,
조금은 어눌하지만 지 잘 난 줄 아는 순진하고 착한 아들이 있고,
공주병이라고 놀리고는 있지만 정말로 예쁘고, 귀엽고, 똑똑한 딸이 있고,
(여기서 팔불출이라고 돌 던지는 넘의 돌에 맞아도 싸다는 생각 조금은 듬)
어렵고 힘들 때, 힘 보태준 친구들이 있고,
한 잔 하고 싶을 때 스스럼없이 찾아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말이다.

요즘 월말이라 수금 건 정리하랴, 발송하랴, 수금 독촉하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더구나 장부 정리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고, 안 돌아가는 머리(예전에 잘 돌아갔던.... 정말로...)로 그 기능을 익히랴 하다보니 마음의 여유를 잃어 카페에 들어온 지가 까마득한 것 같아 술 몇 잔의 힘을 빌어 지금 이렇게 횡설수설 하고 있다.
횡설수설할 건덕지가 아주 많았는데 자판 앞에 두니 거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그나마
이 정도밖에......

횡설수설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들에게 복 있으라.
생각해 봐라.
비록 내가 술 이야길 많이 하지만, 술을 엄청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무지한
오해다.
새벽별 보고 출근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자신이 술 먹는걸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술 먹는 날이 한 달에 서너번도 제대로 안된다. 정말로......
그러니 오랜만에 비싼 술 먹고 하는 이 정도의 횡설은 애교 아니겠냐?
이해하시길......아니면 말고요.
으윽 취한다. 흘흘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