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한 안개를 친구삼아 2004년의 아침은 밝았다.
서둘러 약속 장소인 계양구청 앞으로 나갔다.
자욱한 안개사이로 한가로이 차들만 왔다 갔다 할 뿐 거리는 조용하다.
승구와 민형이 도착했다.
병찬과 찬종은 가좌동에서 출발했다고 기별을 한다.
8시. 드디어 출발.
강화 가는 길은 안개가 스물 스물 피어나 마치 꿈속을 노니는 듯한 기분이다.
이렇게 안개를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안개 속을 헤치며 운전하느라 애쓰는 민형의 답답한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말이다.
바다를 가로질러 새로이 개통된 초지대교를 건너니 아스라이 마니산 자락이 눈에 밟힌다.
주차장 2km전부터 그렇지 않아도 좁은 2차선 길의 양옆은 주차장으로 변해 북새통이다.
주차장에서 찬종, 병찬과 합류해 드디어 마니산 등정을 시작했다.
마니산---
강화도에 자리 잡은 마니산은 해발 468m로 나지막하지만 주능선이 바위능선으로 등산
과 함께 바다 구경도 겸할 수 있어 그런대로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있는 산이다.
특히 이 산은 사적 136호인 참성단이 있어 매년 개천절에 제사를 올리며, 전국체전의
성화가 채화되는 민족의 성산이다.
마니산 주등산코스는 계단로를 거쳐 정상을 오르는 거지만, 계단의 딱딱함과 단조로움이
싫어, 부드러운 흙의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단군로 코스를 선택했다.
초입은 순조롭다.
떡깔나무, 참나무 사잇길로 낙엽을 밟으며 오르다 보면 땀이송골송골 맺힌다.
땀 흠뻑 흘리겠다고 내복입고 온 찬종은 덥다고 중얼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병찬은 앞에서 성큼성큼 잘도 오른다.
술에 찌든 민형, 초상집에 다녀와 1시간밖에 눈을 못 붙였다는 승구는 뒤에 쳐져 보이질
않는다.
40 갓 넘은 한창인 젊은이들이 말이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조금은 걱정되는 순간이다.
주능선으로 접어들면서 부드러운 흙길이 끝나고 바위능선길이 시작된다.
정상 밑의 가파른 바위 길은 숨을 헐떡거리게 만든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드디어 정상인 참성단이다.
시끌복잡한 속에서 무슨 산악회가 시산제를 올리느라 분주하다.
맑은 날 마니산 정상에 서면 바다 한가운데의 석모도와 장봉도, 영종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는데, 오늘은 안개에 쌓여 보이질 안는다.
대신에 산 아래 보이는 마을만이 안개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태초를 머금은 듯 신비롭다.
소원은 꼭 빌어야 하나?
소원은 소리 내어 빌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 홀로 저절로 왔다가,
저 홀로 저절로 가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 구지 빌지 않았다.
그냥 안개의 신비를 헤치고,
향긋한 흙 내음 폐부 깊이 느끼고,
땀 흘리며 산엘 오르고,
붉은 태양 가슴에 담으면 그걸로 그냥 족하지 않은가?
귀행길에 가을 대하로 유명한 대명포구에 있는 목포횟집에 들러 회 한사라에 소주 한 잔,
농담 한보따리를 풀고,
약암온천에 들러 묵은 때와 함께 여독(?)을 풀고,
힘차게 2004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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