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소사

본전 생각.....(2003.7.8)

靑雲 2011. 10. 25. 14:27

일요일7시 30분.
동생 가족과 함께 부푼 마음을 안고 캐리비안베이를 향해 출발했다.
도착하니 8시 40분.
입장시간이 9시부터라 싸간 김밥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입장.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수영장은 벌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흐린 날씨 때문인가 물이 조금 차갑게 느껴져 아이들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 아이들보다도 동생 아이들 때문이다. 사내인 큰애가 4살, 딸인 작은애는 이제 돌이 갓 지났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물가 가장자리에서 물장구도 치고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보고 재미있다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의 구름은 쌓여만 가고 아이들은 추워서 입술이 파래진다. 안되겠다 싶어 실내 온수풀로 갔더니 거기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잠시 몸을 녹이고 햄버거와 치킨 몇 조각, 그리고 캔맥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이번에는 아들을 데리고 유스풀로 가서 튜브를 타고 동굴속으로 들어도 가고 폭포 물줄기도 맞으며 몇 바퀴 돌고 있는데 후드득 후드득 기어코 하늘이 비를 뿌린다. 평소에는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런 날의 비는 반갑지 않더군. 1시간여 비줄기를 구경하며 본전 생각에 굳세게 버티다가 추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철수하지 않을 수 없더군. 이때가 3시 30분.
돌아오는 길은 온통 본전 생각!
생각해 보라! 어찌 본전 생각이 안날 수 있겠는가?
일단 입장료가 어른은 1인당 45,000원, 아이들은 1인당 35,000원씩으로 우라지게(이런 표현 이해하길. 무지하게 비싼걸 표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비싸고,
거기에다 음식물 반입도 안되니 비싼 밥 사먹어야지, 돗자리도 못가지고 들어가니 비치체어도 빌려야지 수 억(?) 깨지더군.
그래도 신나게 즐길 수 있다면야 그러려니 하건만 이건 영 아니더군.
차라리 그동안 못잔 잠이나 싫컷 잘걸......
차라리 계산수영장에나 갈걸......(오던 길에 우리 아들이 계산수영장이 훨씬 낫다고 계속 투덜댐. 짜식, 미안하게스리......)
차라리......
차라리......
차라리......
그렇게 한달에 두번 쉬는 내 소중한 첫 일요일은 본전생각과 후회만 남기고 날아가 버렸다.